우리 부부는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다. 부부가 같은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은 일이면서도 추천하고 싶기도 하다. 결국 믿을 건 가족뿐이니까. 작년 7월에 오픈해 코 시국에 영업시간 제한까지 걸려 정말 힘든 1년을 보냈다. 우리 부부의 와인바 운영하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, 이제 조금씩 매출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이고 아직까지는 두 사람 몫의 수익은 나고 있지 않다.
1. 가족이 운영한다는 것
이게 사실 진짜 어렵고 힘든 일이다. 가족은 서로에게 배려가 우선이기도 하지만 또 먼저 이기적인 마음이 들게도 한다. 또한 의견 충돌도 쉽사리 좁히기도 어렵다. 우리는 엄청 긴 시간을 연애해오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견차이로 더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. 부부간에 서로 예의도 지켜야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그게 어디 쉽던가. 심지어 잘 돼도 싸우면 힘들 판에 이리저리 치이고 수익이 없으니 서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서 가게 일로 마음이 상하면 집 안까지 그 기류가 흘렀다. 아이가 있어 조심하려고 해도 집과 일터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점점 지치기도 했다.
2. 명심하자. 선장은 한 명이다.
요식업은 내가 더 먼저 시작했다. 그렇지만 난 요리사에 불과했고 손님으로서의 니즈를 파악하지를 못했다. 그 말인즉슨 지금까지 내가 내 입에 맞는 요리만 고집해 왔고 그 요리를 즐겨줄 손님만 반겼다는 의미였다. 부모님 밑에서 장사할 때는 나가는 돈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기에 수익에 크게 욕심이 없었다. 지금? 지금은 키워야 하는 자식이 있고 주머니를 따로따로 찬 것도 아니며 책임져야 할 가계가 있는 상황이라 수익 욕심보다도 책임감이 다른 상황이 온 것이다. 우리 둘이 싸우면서 의견을 가릴 때가 아니었고 나는 항복했다. 선장 자리는 남편에게 바쳤다. 왜냐하면 나는 고객 니즈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영업적 능력이 부족했다. 또 우리 두 사람이 대표 입네 하고 가게에서 의견 충돌이 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이 감당해야 했고 직원들이 무척 불편해했다. 의견 제시는 하지만 판단과 결정은 남편이 하는 걸로 우리는 암묵적 합의를 했다. 선장은 한 명이어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.
3. 매출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을 버린다.
내 음식이 입에 안 맞다고? 뭘 좀 모르시네.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. 나와 3년을 먼저 일한 직원은 사장을 꼭 닮아 우리 직원과 내가 쌍으로 우리 대표님을(남편) 괴롭혔고, 우리의 대표님은 직원을 앉혀 놓고 이야기했다. "네가 만약에 사업을 한다면 백종원 대표할래, 여사장 같은 대표 할래?" 이야기를 전해 듣고 머리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. 아 내가 허세가 단단히 있었구나. 손님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. 고객 입장에서의 서비스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. 음식점은 결국 식품접객업인데 내가 제조업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. 하는 반성의 시간이 있었다. 물론 나는 그걸 다 아우를 정도의 혜안이 없기에 남편에게 일임하고 메뉴 조리만 한다. 그래도 요즘은 그저 손님이 원하는 게 무엇일까 하고 고민은 많이 한다. 내가 자존심 내려놓고 조금씩 나도 성장해 갈 수 있겠지?
대표님! 내 남편아! 잘 부탁해. 우리 이 빚더미 생활에서 안팎으로 노력해서 벗어나 보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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